부실공사 이후 LH 신뢰 추락
주민들 토지보상·공사 불신에
3기 신도시 사업속도 걸림돌
택지개발에 지자체 역할 강화

내년 총선을 앞두고 3기 신도시 개발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수도권 개발을 둘러싼 굵직한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민의 주거를 책임지고 있는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사진)을 수원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사장은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장도 겸직하는 도시재생·뉴타운 분야 전문가다. 직전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맡아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의 도시계획도 꿰뚫고 있다.
우선 3기 신도시의 보상·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뢰 추락'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3기 신도시 개발은 LH 80%, GH 20% 비율로 지역별로 위치를 나눠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광명·시흥 등 현장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며 "기본적으로 돈이 없어 보상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주민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직원 투기나 부실 공사 영향으로 LH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LH가 토지 보상을 통해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해도 주민들은 '땅을 팔아서 돈을 벌고 떠날 것'이라며 신뢰하지 않는다"며 "택지개발 사업은 LH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고 지적했다. 한 공기업이 전국 택지개발과 신도시 조성을 도맡아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김 사장은 "LH 역할은 진작에 축소했어야 하는데 부실 공사 사태로 시기가 빨리 왔다"며 "LH는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관리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역 택지개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공사의 기능을 강화해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3기 신도시의 경우 GH가 LH와 대등한 수준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GH는 광교·다산신도시 조성을 통해 택지개발 사업 능력을 증명했다. 다만 GH가 3기 신도시 개발에 적극 나서려면 자본금의 350%로 묶여 있는 공사채 발행 규모를 500%로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사장은 "국가적 사업은 한시적으로 공사채 발행 규모를 확대하면 3기 신도시도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조직 개편 준비로 어수선한 LH에만 맡기다 보니 진척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LH 조직 중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지역 본부는 광역 단위 지방도시공사와 통합해 지역개발 사업을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 요청에 대해서는 지자체 산하 도시공사가 다른 지역에서 수익 사업을 벌이려는 것으로 정의했다.
김 사장은 "SH공사는 수익이 나는 택지개발 사업이 거의 없고 주택임대 사업 위주로 하다 보니 몇 년 후 적자 전환될 우려가 크다"며 "그렇다고 다른 지역의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개발 이익을 서울로 가져가면 원주민의 집단 반발뿐만 아니라 지역 갈등만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연내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GH도 준비에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진행해야 큰 혼란 없이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다"며 "GH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