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 단지, 수요자 하자여부 판단은 한계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자리매김하더라도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붕괴사고, 각종 하자 분쟁 논란 등을 온전히 해소하긴 어려울 거라고 입을 모은다.
21일 분양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철근 누락 사태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아파트 공정률 60~100% 달성한 이후 분양하는 후분양제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고, 짧은 공사 기간에 쫓기면서 부실시공 문제가 잇따른단 판단에서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따라 그간 분양시장에서 찾기 드물던 후분양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동구 일원 ‘둔촌 현대수린나’는 평균 36.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이보다 앞서 5월 분양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일원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3.83대 1을 나타냈다.
하반기에는 서울 동작구 일원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경기 광명 ‘베르몬트로 광명’ 등이 후분양을 대기 중이다.
통상 국내에선 선분양 방식을 따르는 탓에 수요자들은 실물을 보지 못하고 견본주택만 확인한 뒤 분양에 나선다. 지난 1970년대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도입된 선분양 방식은 건설사들의 사업 안정성 확보 및 초기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고, 수요자의 경우 분양 후 입주 시점까지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반면 후분양 방식은 골조가 세워지고 일정 수준 공사가 진행된 뒤 분양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단지 전경, 동간 거리, 조망권 및 채광 등을 직접 확인하고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건물이 모두 올라간 뒤 분양하기 때문에 청약 당첨 이후 입주도 빠르다. 이 때문에 선분양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자나 부실시공 등 논란에서 자유롭단 평가다.
“공급 위축,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 우려도 커”
“불법 하도급, 전관예우 등 고질적 병폐 개선 시급”
다만 건설사가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 비용 증가로 인한 분양가 인상 우려가 크고, 수요자는 잔금 납부 기간이 짧아진다.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져 궁극적으로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로 선회하더라도 국내 주택시장과 건설업황 등을 고려할 때 부실시공 논란 등을 온전히 해소하긴 어렵다고 내다본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후분양 단지라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내부 구조 등을 판단할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며 “결국은 마감재 등을 놓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일련의 사고들을 예방할 수 있는 원칙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건설업계 실태 등을 고려했을 때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제로 돌아서야 하냐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며 “후분양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업체들이 많지 않아 공급 축소를 가져오게 되고 금융 비용 등 원가가 분양가에 반영되면 분양가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LH에서 불거진 전관특혜 문제나 업력이 짧거나 제대로 된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제대로 된 감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건설현장에 만연한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며 “무량판 구조는 사실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