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한감정평가법인
여의도·목동 일대 신탁 방식 재건축 ‘만지작’
전문성 갖춘 신탁사, 사업속도 빠르고 분쟁 리스크 최소
주민의견 배제 우려, 수수료 부담, 성공 사례 적어

고금리와 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선호하는 조합이 증가하는 추세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고금리와 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선호하는 조합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신탁회사를 통해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하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1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 가운데 신탁 방식을 검토하는 사업장이 늘었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신탁사를 시행사로 선정, 사업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신탁사가 도맡아 하는 ‘신탁시행’ 방식과 조합이 신탁사에 자금 관리 업무 등을 맡기는 ‘신탁대행’ 방식이 있다.
대표적인 신탁방식 재건축 단지로는 성동구 성수동 일원 장미아파트가 꼽힌다. 장미아파트는 2011년 추진위 설립 이후 7년간 사업이 표류하다 2018년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올해부턴 이주절차도 시작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양천구 목동 일대 밀집한 재건축 단지에서도 신탁 방식 재건축 논의가 활발하다. 여의도 소재 16개 재건축 단지 가운데 공작, 한양, 수정, 은하, 삼익, 시범, 광장(3~11동) 등 7개 단지는 신탁사를 선정해 정비사업을 위탁하거나 위탁할 예정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대거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탁 방식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목동14단지는 앞서 3월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5월 한국자산신탁은 목동9단지 재건축 우선협상대상 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
종로구 창신9·10구역은 지난달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탁사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추진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활발해진 데는 공사비 증액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데일리안DB이처럼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활발해진 데는 공사비 증액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자잿값이 급등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면 그만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신탁사가 직접 자금 조달을 책임지기 때문에 초기에 사업비를 확보하기 유리하고 시공사와 협상도 더 수월하단 판단이다. 또 조합 내홍이나 비리 등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정비사업이 빨리 추진된단 점도 장점이다.
전국재건축조합연대 관계자는 “서울시나 국가 정책과 맞물려서 신탁 방식의 사업이 좀 더 활발해진 측면이 있다”며 “재건축의 핵심은 사업의 속도인데, 미숙한 조합보다 신탁사의 노하우나 시스템에 의해 사업이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업이 빠르다. 조합과 비대위 간 갈등으로 사업이 엎어질 우려도 적다”고 했다.
다만 신탁 방식 정비사업과 관련해 개선할 점도 상당하단 지적이다.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려면 토지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등기 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소유권을 신탁사가 쥐는 탓에 주민 의견이 사업에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단 우려가 있다.
통상 신탁사가 분양대금의 1~2%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가는데 사업 규모가 클수록 수수료 부담도 늘어난다. 표준계약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아직 신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단 점도 사업 불확실성을 키운다.
전재연 관계자는 “신탁 방식을 택하면 재건축 추진의 큰 리스크는 감소되는 게 분명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여건 등을 고려해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며 “조합원들 사업인데 신탁사가 집행부 역할을 하고, 실질적인 결정권자가 조합이 아닌 신탁사가 되는 기형적인 형태가 되곤 한다. 그런 갈등과 불합리함을 법 개정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탁 방식이든 조합 방식이든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장단은 확실하다. 신탁 방식 역시 갈등이 생기고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지금 시공사와 갈등을 빚는 조합이 많아지다 보니 신탁 방식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건데 신탁사를 끼고 사업하는 것이 마냥 속도를 앞당기는 방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